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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나는 보았다

샤롱의꽃 2005. 9. 16. 21:27

 

     내 발길이
     새벽 꽃밭에 닿으면
     체념의 정서 가득
     접시꽃 붉게 물들고 있다.

     안개로 목줄기 적시며
     지상으로 내려올 하늘 기다리다
     바람의 길목에서
     흔들릴수록 더욱 짙어지는
     핏빛으로 사랑은 진다.
     마지막 목숨, 그 찬란함으로
     내 빈약한 정서 깨우치는
     그 여린 몸을 보았다.

 

     내 언어가
     진한 허무를 노래하면
     의식의 강물 거슬러
     숭어 몇 마리 오르고 있다.
     갈대숲에 몸을 눕히다
     세상 떠나는 바람에 미련 버리고
     오를수록 물살 거세지는
     좁다란 협곡에서
     곧은 지느러미를 세운다.
     지독한 목숨, 그 끈질김으로
     내 허무한 언어 탓하는
     그 억센 힘을 보았다.
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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